코로나 판데믹이라는 전례없는 상황과 구매한 땅의 특성 때문에 이동식주택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코로나로 자재값이 2배가 되었다... 평당 시공비가 600이 넘어간다더라... 등등 흉흉한 소문만 들려오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와이프님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이동식 주택 포기해!! 빨리 아무거나 지어!"
5년간 타운하우스에서 살다가 빌라로 이사가더니 전원주택 금단현상이 생겼나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동식주택은 그래도 '쇼핑'의 영역에 있어서 선택만 잘 하면 될 것 같았는데, 건축을 하려니 이거 처음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5천만원에 샌드위치 판넬로 집을 지어주겠다??
집을 짓기 위해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을 때 저희에게 땅을 파신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자기가 아래 쪽에 조립식으로 작게 소형 주택을 하나 지으려고 하는데 생각있으면 같이 지으면 어떻냐... 집 2채를 같이 지으면 중장비 등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 한 5천만원 정도면 샌드위치 판넬로 한 10평짜리를 지을 수 있다. 라고 하시는 겁니다.
앞서 추진했던 8평짜리 이동식주택이 4천3백만원 정도였는데, 일반 건축으로 10평에 5천이라고 하니 솔깃하긴 했습니다만 어떤 디자인인지 설계도나 도면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렇게 뭔가 디테일하게 지어지는게 아니라고 하네요. 아마 그냥 업자에게 맡겨서 짓는 형식인가본데, 저희는 그렇게 짓는건 별로인 것 같아서 정중하게 거절을 했네요.
토목설계 사무소에서 건축회사 추천받기
인터넷으로 쇼핑할 때는 나름 철저한 실제 리뷰 검색을 통해 최강의 가성비 제품을 찾는다고 자부하는 편입니다만, 땅과 건축 쪽으로 알아보니 이쪽 세계는 정말 눈 뜨고 코베인다는 말이 이해가 갈 만큼 정보의 공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완성된 집을 구매하는 것도 일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맨땅에 집을 짓는 것은 더욱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래서 안심할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소개'를 받기로 하고, 그나마 땅을 2번 구매하면서 안면이 생긴 토목설계사무소 과장님에게 부탁을 해보았습니다. 업체 소개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소개시켜 주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경우가 많아서... 라고 말꼬리를 흐리면서요. 일이라는게 항상 끝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어서 그래서일까요? 계속되는 채근에 수줍어하시며 한 업체를 소개해주시는데 말끝을 흐리십니다.
... 시공비가 저렴하진 않을거에요 ...
몇 달, 몇 년 쓰면 그만인 물건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자위하면서 소개받은 건축회사에 방문해보았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네요. 6번도로에서 마을길로 빠지는 근처에 바로 있어서 내심 약간 안심이 되었습니다.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방문도 어렵고, 하자 생겨도 처리가 늦을테니까요.
최대한 작은 집으로 할께요 (돈이 없어요...)
코로나로 철근, 목재 할 것 없이 가격이 두배, 네배 폭등했다고 난리라는데, 그럼 평당 시공비가 정말 두배, 네배 올랐냐고 대표님에게 물어보니 목재가 오르긴 했는데, 전체 시공비가 그렇게 오른건 아니라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대략 저희의 현재 상황을 설명드리고, 되도록 작고 아담한 집을 찾고 있다고 하니 설계부터 시작하는 방식 말고 아래와 같이 이미 기존에 있는 설계를 바탕으로 약간 수정하는 방식을 권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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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15평, 2층 5평 정도에 2층 베란다가 있는 소형 주택 샘플 |
단층짜리 농막같은 것만 보고 다니다가, 정식 건축으로 오니 다 좋아보이긴 합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는(단순한!?) 우리 부부는 결정합니다. 이 형태를 기본으로 해서 내/외부 세부사항을 우리 입맛에 맞게 커스텀하기로 말이지요.
"네! 이걸로 할께요!"
구매한 부지가 맨 꼭대기였는데, 바로 아랫집 지붕이 쑤욱하고 올라와 있어서 1층 뷰는 좀 막혀보일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2층에 테라스가 있는 것이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세부 견적서 뽑아보기
대략 집의 면적과 형태를 결정했으니 대체 얼마나 드는건지 비용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대표님이 견적서를 보내올 때 까지 벌벌 떨면서 기다립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내부 씽크대와 가구, 1층 데크는 저희가 따로 하기로 합니다. 2층 데크만 방수처리 때문에 업체에 맡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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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한 견적서 총금액 1억3천만원! |
고대하던 1차 견적서가 도착했는데, 총금액이 1억3천만원이네요. 바닥 연면적으로 21평정도니까 평당가로 따지면 700만원 약간 아래입니다. 자재값 폭등으로 잔뜩 겁을 먹은 것 치고는 평단 700 언더라면 소형주택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건 건축비이고 정화조나 펜스, 데크, 내부 가구등 돈 들어갈 곳은 엄청나게 남아 있습니다.
건축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용중 재료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하루' 단위의 '시간'인 것입니다.
견적서는 수십 페이지에 걸쳐서 공사의 시간 순서에 따른 공정별로 재료비, 노무비, 경비 3가지로 나누어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가와 최종견적은 건축물의 산출된 단위 (면적 등)에 따라 비교적 상세하게 도출되어 있어서 대충 때려 잡은 것이 아닌, 합리적으로 잡혀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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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공정별로 산출된 견적서 |
세부 견적서를 보니 경량목구조에 사용되는 목재의 자재비가 평당 90만원 정도로 1900여만원으로 되어 있는데요. 아마 이게 코로나 전에는 4~50만원 정도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즉, 목조주택이라고 해서 목재가격 100% 올랐다고 시공비 전체가 100%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알고나니, 더욱 이전 계약했던 이동식 주택 사장님이 괘씸해지네요. 자재비 상승분에 대해 차근 차근 이야기해서 추가비용을 이야기하면 될 것을... 무조건 안된다고 계약 파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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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부 견적의 예 : 목구조, 단열, 내부 석고 공사. 단가와 단위면적에 의해 산출되어 있다 |
꼼꼼하게 작성된 세부 견적서를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고,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습니다. 4천만원대에서 갑자기 1억 3천만원대로 일이 커져버렸지만, 어떻게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위로를 해보았습니다. 단층짜리 이동식으로 지어놓으면 어차피 차후에 그집을 들어내고 다시 건축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견적서 진행과정에서 한가지 든 생각인데, 어느정도 규모와 인지도가 있는 업체가 아니면 이런 상세 견적서를 받기 어렵겠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견적서를 작성하려면 일단 건축 도면과 내부/외부 마감재에 대한 결정도 어느정도 되어야 합니다. 그 설계를 토대로 외벽과 내벽의 면적에 따라 구조재와 합판, 내/외부 마감재의 양을 산정해야만 하니까요. 막연하게 "2층에 20평짜리 주택 평당 얼마죠?" 라는 요청으로 만든 견적서는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무의미한 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견적작업을 전담해서 누군가는 며칠동안 이 이일에 매달려야 하는데,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보면 좀 너무 쉽게 말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최대한 여러 업체에 상세 견적서를 받아보세요" 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상세견적서를 그냥 막 작성해주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상세 견적 요청에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안되니까 업체 측에서도 꼭 구매할(건축할) 손님에게만 해주려고 하겠지요.
이렇게 큰 틀의 결정이 되었으니 다음은 설계팀과 내부 구조를 입맛에 맞게 변경할 차례입니다.
*** 집이 작을수록 평당 단가가 비싸진다?
건축비의 싸고 비쌈을 따질 때, 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이 평당 얼마냐인 것인데, 이것은 주택의 규모와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평수가 큰 주택일 수록 평당 단가가 내려간다는 것인데요. 왜 그러냐하면 집을 지을 때 지출되는 큰 비용 중에서 집의 크기에 정비례하지 않는 비용들이 있어서입니다.
집의 크기가 커지는데 크기에 정비례하지 않는 비용이 있다? 네, 어떤 것이냐 하면
(1) 장비 대여 비용
포크레인, 지게차, 크레인, 콘크리트 펌프카, 방통 미장기계 등등...
부지 정리를 위해 축대를 쌓거나 기초타설 때 터파기 등을 할 때 굴착기(포크레인)가 필요하고, 기초타설때 펌프카를... 실내 바닥 타설 때 방통팀을 부르게 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각 공정은 하루에 끝나게 됩니다. 집이 작건 크건 터파기도 하루, 타설도 하루, 방통도 하루 이렇게 진행되는데 집이 작다고 장비 대여비용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2) 기반시설
전기인입/매설, 정화조, 물탱크 등등...
양평에서 대략 800만원 넘는 정화조 공사를 예로 들면, 6평짜리 농막을 지어도 60평짜리 대형 주택을 지어도 6W 굴착기는 하루에 작업을 끝냅니다. 정화조 탱크야 용량이 조금 다르겠지만 이 재료비 차이는 수십만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고, 비용의 대부분이 장비대여료와 인건비입니다. 이 비용이 평당가로 녹아들어간다고 보면 6평짜리 농막은 평당 140만원 정도 반영되는 것이고, 60평짜리에는 평당 14만원 정도 반영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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